미세플라스틱

피부로 스며드는 미세플라스틱, ‘눈에 안 보이는 침입’의 시작

record1287 2025. 4. 11.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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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는 것만 조심하면 된다고? 피부가 열려 있다

그동안 미세플라스틱은 주로 음식물 섭취, 호흡기 흡입을 통해 인체로 유입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이 하나둘씩 조명하기 시작한 또 다른 경로가 있다. 바로 피부 흡수다. 많은 사람들은 피부가 단단하고 방어력이 높아 외부 물질의 유입을 막아낸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피부는 미세입자 수준의 물질에 대해 부분적으로 투과성을 가진다. 특히 표피의 지질막이 손상되었거나, 장시간 특정 화학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피부는 하나의 출입구처럼 작동할 수 있다.

문제는 미세플라스틱이 그 자체로만 침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화장품, 클렌저, 바디스크럽, 선크림 등의 제품에 **첨가된 플라스틱 유도체(예: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가 마이크로 및 나노 크기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 미세입자들은 피부 표면의 땀구멍, 모낭, 상처 부위를 통해 서서히 체내로 흡수될 수 있다. 특히 여성의 얇은 피부, 유아의 미성숙한 피부, 피부장벽이 약한 환자의 경우 흡수 가능성이 더욱 높다.

또한, 대기 중에 떠다니는 초미세플라스틱이 공기 중 유분과 결합하여 피부에 달라붙고, 장시간 세정되지 않을 경우 피부 모공을 통해 천천히 스며드는 구조도 보고된 바 있다. 이는 피부가 단순히 외부 보호막이 아닌, 미세플라스틱의 ‘침입 경로’로 기능하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

피부로 스며드는 미세플라스틱, ‘눈에 안 보이는 침입’의 시작

 나노 사이즈의 함정: 눈에도, 장치에도 안 보인다

우리가 사용하는 미세플라스틱 관련 제품에서 가장 위험한 입자 크기는 1 마이크로미터(μm) 이하, 즉 **나노플라스틱(nanoplastics)**이다. 이들은 현미경으로도 보기 어렵고, 일반적인 피부 연구 장비로도 검출이 어렵다. 그러나 이 작은 입자들이 바로 피부 장벽을 우회하거나, 땀샘과 피지선의 세포벽을 통과해 조직 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한 국제 연구팀은, 피부에 노출된 나노플라스틱이 림프계, 모세혈관, 진피 내의 섬유아세포에 축적될 수 있으며, 이 입자들이 염증 반응, 면역체계 교란, DNA 손상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특히, 플라스틱 입자 자체보다 그 안에 담긴 첨가 화학물질—가소제, 안료, 방염제—가 더 큰 생물학적 독성을 지닌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나노 입자가 피부를 통과하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배출되거나 분해될 것으로 여겼지만, 최근 생체추적 실험 결과는 이를 부정하고 있다. 일부 미세입자는 체내 면역 시스템에 의해 제거되지 않고, 지방 조직이나 림프절에 장기적으로 축적될 수 있으며, 그 양은 피부 노출 빈도에 따라 꾸준히 증가한다는 것이다. 즉, 피부는 결코 미세플라스틱 유입에서 예외가 아닌 셈이다.

 

 화장품과 샤워가 문제? 일상 속 피부노출 루틴

우리가 흔히 쓰는 스크럽 제품, 클렌징폼, 화장품 베이스에는 사용감을 높이기 위해 ‘마이크로비즈’라는 플라스틱 미립자가 포함되어 있다. 특히 각질 제거제나 바디클렌저에 포함된 입자는 의도적으로 피부에 마찰을 주고, 박리 효과를 내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 이들이 피부 세포를 미세하게 손상시키면서, 동시에 플라스틱 입자의 침투 경로를 열어주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은 온도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거나 목욕을 하면, 피부 장벽은 일시적으로 느슨해지고 투과성이 증가한다. 이때 피부에 남아 있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더 깊숙이 스며들 가능성이 생긴다. 뿐만 아니라 화장품을 두껍게 바른 후 땀을 흘리거나, 마스크 속 고온·다습 환경이 지속될 경우, 모공 확장과 입자 침투 조건이 동시에 발생한다.

특히 직업적으로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되는 사람들—플라스틱 제조 공장 근로자, 미용사, 청소부, 화장품 판매직—은 일반인보다 수십 배 이상 피부 노출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러나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에는 피부를 통한 미세플라스틱 유입 경로에 대한 규정조차 없는 상태다. 피부는 무방비 상태인 셈이다.

 

 장기 축적, 얼마나 위험할까?

미세플라스틱이 피부를 통해 체내에 유입되고, 그 일부가 장기 조직이나 세포 내에 고착될 수 있다면, 우리는 전혀 새로운 건강 위협 앞에 놓이게 된다. 문제는 이 축적이 서서히, 수년 혹은 수십 년에 걸쳐 발생한다는 점이다. 현재까지도 정확한 축적 한계치나 인체 임계치가 확인된 바 없지만, 일부 동물 실험에서는 나노플라스틱 축적이 생식 기능 저하, 면역 세포 감소, 피부조직 손상 등을 유발한 사례가 확인되었다.

더불어, 한 번 피부 조직에 침투한 플라스틱 입자는 쉽게 배출되지 않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주위에 **섬유화 반응(조직이 딱딱하게 변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는 피부염, 만성 가려움, 아토피 유사 증상과도 연관된다는 연구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면역세포가 이를 제거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반응할 경우, 자가면역질환 발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제는 '피부는 막아주는 기관’이라는 오랜 믿음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이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화장품, 세정제, 미세먼지 차단 제품조차도 무의식적으로 미세플라스틱 노출 경로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에 대한 경각심과 제도적 대응이 시급하다. 마찬가지로, 소비자는 성분표시를 꼼꼼히 확인하고, 플라스틱 기반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장기 사용하지 않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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