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아파트 고층 vs 저층, 미세플라스틱 공기 오염도는 어떻게 다를까?
하늘 위가 더 깨끗하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고층 아파트의 미세플라스틱 환상
현대 도시에서 고층 아파트는 ‘쾌적한 공기’와 ‘도심 속 자연’이라는 이미지를 함께 소비한다. 많은 사람들은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자동차 배출가스, 먼지, 오염물질로부터 멀어진다고 믿는다. 그러나 최근 연구는 이러한 믿음에 균열을 내고 있다. 특히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airborne microplastics)’의 분포에 있어 고층이라고 해서 반드시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단순히 땅과 바다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수 마이크로미터에서 수십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입자가 공기 중에도 떠다니며, 인간은 호흡을 통해 직접 흡입하게 된다. 최근 서울, 홍콩, 뉴욕 등 대도시에서는 아파트 **고층(30층 이상)**에서도 실내외 공기에서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는 풍향, 열적 상승류, 아파트 구조적 특성 등에 따라 고층이 오히려 미세한 입자의 ‘정체 지대’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바람이 만드는 고층의 역설: 상승류와 미세플라스틱 정체 구역
일반적으로 바람은 지표면에서 마찰력이 크고 속도가 낮으며, 고도 상승에 따라 속도가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도심은 고층 건물 밀집으로 인해 복잡한 건축 공기역학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공기의 흐름이 막히거나 빙글빙글 소용돌이치며 ‘정체 구역(stagnant zone)’이 형성된다. 특히 동일한 고도에 건물들이 밀집해 있을 경우, 미세 입자는 공기 흐름을 타지 못하고 고층 외벽과 베란다, 환기구 주변에 머무르기 쉽다.
여기에 상층부 대기의 열적 상승 현상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여름철이나 남향 고층 아파트에서는 외부 온도가 올라가면서 실내 공기 중에 떠다니던 미세플라스틱이 배출되지 않고 다시 실내로 순환하는 경우도 있다. 에어컨 사용이 증가할수록 창문 개방률은 낮아지고, 이는 실내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저층은 비교적 창문 환기가 빈번하고, 지면의 식생과 맞닿아 있어 미세입자가 덜 순환되기도 한다.
생활 습관과 구조의 차이: 고층 vs 저층의 실내 노출 차이
물리적 고도 외에도 아파트 고층과 저층 거주자들의 생활 방식의 차이도 미세플라스틱 농도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고층에서는 건조기 사용, 합성섬유 세탁물, 공기청정기 지속 가동 등이 더 흔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은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며, 닫힌 공간에서 장시간 머무를 경우 폐와 피부, 호흡기 점막을 통해 인체에 흡수될 수 있다.
또한 천장형 에어컨, 빌트인 환기 시스템 등 기계적인 공조 설비가 많은 고층일수록, 내부 필터가 오히려 오염원을 재순환시키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일부 고층 아파트에서는 실내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외부보다 높게 측정되기도 했다. 반면 저층의 경우, 창문을 자주 열어 환기하고 실내외 공기 교환이 잦아 상대적으로 공기 오염도가 낮게 유지되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패턴은 단순한 미세먼지(PM2.5) 측정기나 공기청정기 센서로는 탐지되지 않는다. 미세플라스틱은 별도의 필터링 장비나 전자현미경 분석을 거쳐야만 정확한 농도와 유형이 파악되기 때문이다.
실천 가능한 대안: 고도 불문, 생활 속 대응 전략 필요
중요한 점은, 고층이든 저층이든 미세플라스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공간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도심 아파트에서는 고도보다는 실내 생활 습관, 환기 방식, 사용 제품의 재질이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합성 섬유 담요나 커튼, 플라스틱 장난감, 오래된 플라스틱 가전제품은 지속적으로 미세입자를 방출한다. 또한 물걸레 청소를 주기적으로 하고, 세탁 시 미세섬유 필터를 장착하는 등의 작은 습관이 공기질을 결정짓는 핵심이다.
실내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해선, 단순한 청소와 공기청정기를 넘어서야 한다. HEPA 필터 등 고성능 정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플라스틱 의존 생활 구조 자체를 줄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또, 국가적 차원의 실내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 모니터링 체계 마련도 시급하다. 현재까지는 대부분의 연구가 실외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에 집중되어 있어, 실제 생활공간 내 인체 노출 수준은 아직도 불확실한 상태다.